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의 해외 투자 열풍이 뜨겁습니다. 이제는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왜 평범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을까요?
1. 국내 시장의 한계와 기대수익률 하락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코스피의 지속적인 박스권 장세입니다. 지난 몇 년간 코스피는 3,000포인트 선에서 맴돌며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박스권 장세'란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일정한 가격 폭 안에서만 움직이고, 그 상한선과 하한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여, 주가가 움직이는 폭이 상자 모양을 형성하는 장세를 말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나스닥과 S&P500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가 위기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보다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의 비중이 높습니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높은 성장률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국내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에 기반한 가격 형성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2. 글로벌 대형 기술주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
해외주식투자,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쏠림 현상은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의 폭발적인 성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개미들의 해외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는 IT, 테크, 게임, 바이오 등 성장성이 높은 업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러한 혁신적 성장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통해 이런 기회를 찾게 만드는 주요 동력이 됐습니다.
3. 환율·금리 등 글로벌 환경 변화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가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습니다. 특히 2025년 들어 고환율과 금리 변동성 확대, 글로벌 무역 갈등, 공급망 리스크 등 복합적인 요인도 해외 투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달러화 강세와 주요국 금리 변동성은 원화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했고, 환율 변동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이탈 등도 국내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워, 대체 투자처로서 해외 시장의 매력이 부각되었습니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민간부문의 해외증권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잔액기준)은 19년말 7.3%에서 23년말 20%로 상승했습니다.
4. 투자 접근성의 개선
과거에는 해외 주식 투자가 복잡한 절차와 높은 수수료 때문에 기관이나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수수료 인하, 실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 간편한 계좌 개설 프로세스 등이 도입되면서 해외주식 투자가 국내주식 투자만큼이나 쉬워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다양한 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투자가 대중화되었습니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한 직관적인 거래 환경은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진입을 크게 낮추었습니다.
5. 정보 접근성의 향상
예전에는 해외 기업 정보를 얻기 위해 영어로 된 복잡한 재무제표나 뉴스를 직접 찾아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블로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외주식 관련 정보가 한국어로 실시간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고,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나 각종 글로벌 경제 뉴스가 실시간으로 번역되어 전달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6. 분산 투자 목적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 의식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특정 국가나 특정 시장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의 위험성을 깨달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투자는 단순히 수익률 추구를 넘어서 리스크 분산의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경제나 정치적 불안정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해외 자산을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7. 젊은 세대의 글로벌 마인드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투자자들은 기존 세대와 다른 투자 성향을 보입니다. 이들은 국경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트렌드에 익숙합니다.
넷플릭스, 구글, 아마존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의 주식을 직접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이는 '내가 사용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회사에 투자한다'는 직관적인 투자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을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이러한 때에 ‘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해외로 눈을 돌린 개미 투자자들을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새정부는 말했습니다.
며칠 전 발족한 ‘대한민국 주식 시장 활성화 테스크포스’는 상법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으며, 그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단계적 확대, 주주총회 전자투표 의무화, 집중 투표제 활성화 등이 담겨있습니다.
이러한 상법 개정 소식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랠리’까지 더해지면서 2005년 6월5일 코스피는 10개월여 만에 2800선을 돌파했습니다. 앞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갈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 해외주식투자 30년간 70만배 증가라는 놀라운 통계를 통해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봐야합니다. 결국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투자 확대에는 환위험, 정보 비대칭성, 세금 문제 등의 위험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해외주식투자는 국경간 거래의 특성상, 다수의 금융기관을 경유하는 복잡한 경로를 거치게 되며, 국내 거래 대비 높은 거래비용 및 환위험 등 추가적 위험요인을 수반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