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우롱차? : 과일의 성공 VS 과일의 저주

728x90
SMALL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복숭아, 수박, 바나나, 사과, 배까지 식후에 먹는 과일은 상큼하죠. 뉴스를 검색하다가 '수박'이 들어간 음료가 K팝 가수의 '먹어보고 싶다'는 한 마디에 품절 사태까지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수박 우롱차?

대만 매체 보도에 따르면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 2025년 5월 31일 대만 남부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K팝 합동 콘서트’ 무대에서, 맛보고 싶은 대만 음식으로 ‘수박 우롱차’를 꼽으며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습니다.

 

수박 우롱차는 우롱차에 수박 과즙을 넣은 시원한 음료로, 대만의 유명 프랜차이즈 음료 전문점 ‘쩐주단’에서 판매하는 여름 메뉴입니다. ‘쩐주단’은 대만 전역을 비롯해 전 세계 1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원영이 수박 우롱차를 언급한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자,  대만 각지의 매장에 이를 맛보려고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급기야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를 겪기도 했고,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지만 수박 우롱차를 살 수 없었다’는 식의 글도 많이 나왔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과일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현대 소비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이자 제품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브랜드 네이밍이나 마케팅, 유명 인사까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잘 겹치면 히트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 - iPhone과 브랜드 스토리

애플(Apple)은 회사명으로 과일을 차용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사과농장에서 일했던 경험과 '생각을 깨뜨린다'는 의미의 '금단의 열매' 컨셉을 결합해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애플의 로고인 한 입 베어문 사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브랜드 심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07년 iPhone 출시 이후 애플은 연평균 3,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 과일을 모티브로 한 브랜딩이 이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사례는 매우 드뭅니다. 때로는 과일과 관련된 이름이나 이미지가 오히려 브랜드의 발목을 잡거나, 시장에서 외면받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과일 브랜딩의 어두운 면을 살펴, 실패로 끝난 사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과일 브랜딩의 함정들

1. 트로피카나의 치명적인 디자인 실수

2009년 1월, 펩시코가 소유한 오렌지 주스 브랜드 트로피카나는 기존 패키지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참혹한 실패로 끝났고, 한 달 만에 2천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트로피카나의 실수는 바로 오렌지라는 과일 이미지를 완전히 제거한 것이었습니다. 기존 패키지에서 오렌지 주스의 상징인 오렌지를 없애면서 브랜드가 인식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오렌지 주스인데 오렌지가 없다"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결국 트로피카나는 원래 디자인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2. 애플 리사(Lisa) - 이름 때문에 실패한 혁신

애플의 성공 이야기 뒤에는 의외의 실패작이 숨어있습니다. 1983년 출시된 애플 리사(Lisa)는 혁신적인 GUI를 가진 컴퓨터였지만, 9,995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실패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격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Lisa'라는 이름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공식적으로는 'Local Integrated Systems Architecture'의 줄임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스티브 잡스의 딸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Lisa'가 기술적인 제품명으로는 너무 개인적이고 감정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컴퓨터 시장에서는 IBM PC, Commodore 64처럼 기술적이고 체계적인 이름이 신뢰감을 주었는데, Lisa는 마치 과일처럼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주어 전문성이 의심받았습니다.

 

리사는 1986년 단종되었고, 남은 재고는 유타주 매립지에 묻어버려야 할 정도로 완전한 실패작이 되었습니다.

3.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블랙베리'의 몰락 

블랙베리(BlackBerry)라는 이름은 렉시콘 브랜딩에서 만든 것으로, 키보드 버튼이 블랙베리 열매를 닮았다는 이유로 선택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이 귀여운 과일 이름이 브랜드의 친근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블랙베리'라는 과일 이름은 오히려 브랜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블랙베리는 시장 점유율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블랙베리가 과일처럼 인식되면서 '장난감', '취미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점입니다. 반면 '아이폰'은 과일 회사가 만들었지만 제품명 자체는 기술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습니다. 비즈니스 시장에서 점점 블랙베리를 '진부한 과일 이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4. 과일 소주의 과포화와 실패작들

국내에서 과일 소주 열풍이 불면서 수많은 과일 맛 소주들이 출시되었지만, 모든 제품이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자몽 소주의 실패: 2016년경 여러 회사에서 자몽 소주를 출시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자몽의 쓴맛소주와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자몽'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키위 소주의 참패: 키위는 건강한 과일 이미지가 강하지만, 소주와 결합했을 때는 어색함만 가중되었습니다. '술 마시면서 건강을 챙기겠다'는 모순적인 메시지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5. 과일 브랜드의 문화적 장벽

만고스틴 에너지 드링크: 동남아시아의 슈퍼푸드인 만고스틴을 활용한 에너지 드링크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만고스틴이라는 과일 자체가 미국인들에게 생소했고, 발음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용과(드래곤프루트) 화장품: 용과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용과가 주는 '낯설음'이 화장품에서는 '신뢰도 부족'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일 브랜딩 실패의 공통 원인들

1. 과일 이미지와 제품 특성의 불일치

과일은 본질적으로 '소비재', '일회성' 이미지가 강합니다. 따라서 내구재나 B2B 제품에 과일 이름을 붙이면 오히려 전문성이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애플 리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2. 문화적 친숙도의 부족

아무리 건강하고 맛있는 과일이라도 해당 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으면 브랜딩 효과는 반감됩니다. 만고스틴이나 용과 같은 이국적인 과일들이 서구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입니다.

3. 과일 특성과 브랜드 메시지의 모순

키위 소주 사례처럼 과일의 건강한 이미지제품의 실제 성격이 충돌할 때 소비자들은 혼란을 느낍니다. 이런 모순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4. 시장 포화와 차별화 부족

과일 소주 시장의 경우처럼 너무 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과일 컨셉을 사용하면 개별 브랜드의 특색이 묻혀버립니다. 후발주자일수록 더 강력한 차별화 요소가 필요합니다.


 

과일은 강력한 브랜딩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해당 계획이 발표되고 알려질 당시에는 이로 인해 주가가 더 올라가겠구나, 가치기 더 높아지겠구나 하며 환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성공한 과일 브랜드들의 화려한 성공에 가려진 실패 사례의 교훈들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의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더욱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728x90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