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받아서 뭐에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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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계대출 시장은 지난 수십 년간 사회경제적 변화와 함께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먼저 현재 상황은 어떤지 살펴 보겠습니다. 

현재 가계대출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나

2025년 5대 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 잔액은 747조 2956억 원으로 4월 대비 4조 2108억 원 불어났습니다. 가계 대출 증가폭은 올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월간 증가폭은 작년 10월 (6조 5천억 원) 이후 최대입니다. 아마도 이는 대선 이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  그 구입 자금을 6월 안에 대출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7월1일부터는 DSR 3단계가 시행됩니다.

주택 담보대출(전세 자금 대출 포함)은 4월보다 3조 1527억원 늘었습니다. 또한 5대 은행(2025년 4월29일 기준)의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 5746억 원으로 4월 대비 1조 815억 원 늘었습니다. 월간 증가폭은 2021년 7월 (1조 8637억 원) 이후로 최대입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코인 시장 투자를 위한 수요가 늘었고 당분간 계속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무엇인가

2025년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제도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여 가계부채를 관리하고자 하는 정책입니다.  기존 DSR은 대출자의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했지만, 스트레스 DSR 3단계에서는 미래 금리 상승을 가정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여 대출 한도를 산정합니다. 이로 인해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고, 상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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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대출액 1억 원을 초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행하는데, 전 금융권(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카드사 등)에 적용됩니다.스트레스 금리 적용 방식은 주택담보대출에는 현행 금리에 1.5%p를 추가하고,  신용대출에는 현행 금리에 2.0%p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면,  연 소득 1억 원인 사람의 대출 한도는 기존 6.58억 원에서 약 5.56억 원으로 1억 원(15%) 감소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한 자금 조달에서 시작된 가계대출이 이제는 투자, 소비, 주거 안정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각 시대별주요한 사회적 이슈경제 상황에 따라 대출 용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생활자금 중심의 대출 문화

가계대출은 주로 생활자금 마련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이 발달하지 않았고, 대출 자체에 대한 인식도 '빚'이라는 부정적 개념이 강했습니다. 주요 대출 용도는 자영업 창업자금, 교육비, 의료비 등 필수적인 생활비 조달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의 비중이 높았고, 대출 금액도 상대적으로 소액이었다는 점입니다. 금융기관의 심사 기준도 까다로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나 사업자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증인 제도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지인의 보증이 필수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 부동산 투자 열풍과 주택담보대출의 급증

이 시기는 한국 가계대출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대출의 주요 용도가 생활자금에서 자산 형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소득 대비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또한 부동산 투자 목적의 대출도 크게 늘어났는데, 다주택 보유를 통한 임대소득 창출이나 시세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특징은 대출 상품의 다양화였습니다. 기존의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분양권 담보대출, 토지담보대출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2010년대 전반: 전세가 상승전세자금대출의 확산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세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전세자금대출이 가계대출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집주인에게 맡긴 전세보증금이 대부분 자기 자금이었지만, 이 시기부터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특히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주거 확보를 위한 차선책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선택받았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기금 등 공적 기관의 저금리 전세자금대출 상품도 이 시기에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동시에 소비성향의 변화로 인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소비자금 대출도 증가했습니다. 해외여행, 명품 구매, 각종 문화생활 등 과거보다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출 이용이 늘어났습니다.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 투자 다변화레버리지 투자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가계대출의 용도가 더욱 다양화되었습니다.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처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적인 현상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이라는 신조어로 표현되는 극한의 대출 활용이었습니다. 주택 구매를 위해 가능한 모든 대출 상품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받아 주택 구매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운영자금 대출이 급증했습니다. 매출 감소를 버티기 위한 생존자금의 성격이 강했던 이러한 대출들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20년대 중반: 대출 목적의 세분화맞춤형 금융

최근 들어서는 가계대출의 용도가 더욱 세분화되어, 단순한 주택 구매나 생활자금 조달, 그리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투자 성향에 맞춘 다양한 목적의 대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창업자금, 학자금, 의료비 등 전통적인 대출 용도 외에도 결혼자금, 육아자금, 반려동물 의료비, 성형비용 등 개인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맞춤형 대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갭투자', '영업용 부동산 투자' 등 새로운 형태의 투자를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인해 소액 대출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간편한 대출 서비스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즉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최근 동향: 대환대출금리 최적화

2022년 이후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대출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환대출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새로운 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기존 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타는 것이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대환대출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전세대출까지 포함하여 금융소비자들이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서 금융상품 최적화를 통한 이자 비용 절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줍니다.

미래 전망: 지속가능한 대출 문화로의 전환

앞으로의 가계대출은 무분별한 확장보다는 개인의 상환능력재정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활용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과 함께 금융기관들도 더욱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대출 용도의 정당성상환계획의 구체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친환경 주택 구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창업 등 지속가능한 목적의 대출에 대해서는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가계대출 용도가 시대에 따라 많이 변화해 왔습니다. 단순히 금융상품이 변화했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도 사회 변화에 발맞춘 다양한 대출 상품들이 등장할 것이고, 생애주기재정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대출을 활용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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